인텔 10년간 120조원 파운드리 투자
삼성전자, 반도체에 70조원 투자 전망
TSMC, 올해 인텔 2배 규모 투자 예상
인텔 유럽에 100조 투자
미 반도체 기업 인텔이 향후 10년간 유럽에서의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위해 800억유로(109조6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미 애리조나주와 올해 오하이오주에 각각 200억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포함한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이후 내놓은 3번째 대규모 투자 계획입니다.
컴퓨터 CPU 시장에서도 AMD 등에 추격 당하는 인텔이 유럽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텔이 유럽에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이유는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아시아에 편중된 반도체 생산 구조를 바꾸겠다는 입장이 유럽의 상황과도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도 인텔의 생산시설 확대의 주요 배경이 되었습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현재 전 세계는 채울 수 없는 반도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세계가 더 디지털화될수록 반도체는 점점 더 핵심이 될 것이다. 우리는 유럽과 함께 역사를 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변화를 시도하는 인텔
후발 업체 추격, 고객사 이탈, 기술력 정체 등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한 인텔은 새로운 CEO 펫 겔싱어를 중심으로 빠른 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펫 갤싱어 CEO는 유럽에도 대규모 반도체 시설을 세우겠다고 밝혔고 1년여 동안 유럽 각국 정상들을 만나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이번 투자 발표로 1년 간 노력한 인텔의 유럽 진출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 지역에 123조3000억원을 투자해 2개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2023년 상반기 착공해 2027년부터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전망입니다
이와 함께 인텔은 아일랜드 북동부에 있는 레익슬립 내 기존 공장을 2배로 확장하고, 프랑스 파리 인근엔 연구개발(R&D) 센터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이 센터에서는 인텔의 고성능컴퓨팅(HPC)과 인공지능 디자인 능력 향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현재 인텔은 이탈리아 정부와 최첨단 반도체 패키징·조립 공장 구축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협상이 완료되면 45억유로가 투자될 예정으로, 폴란드에서는 기존 연구소를 50% 추가 확장하고, 스페인에서도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 센터와 함께 공동 연구소를 세우고 고성능 컴퓨팅 관련 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올해 인텔 2배 규모 투자하는 TSMC
TSMC는 최근 진행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400억~440억달러(약 48조~52조원)의 설비투자를 예고했습니다. TSMC의 올해 투자 규모는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선 인텔의 2배 이상의 규모입니다. TSMC는 앞으로 수년간 연매출 증가 예상치를 기존 10~15%에서 15~20%로 올리고, 매출총이익 장기 목표치도 50% 이상에서 53% 이상으로 상향했습니다.
웨이저자 TSMC CEO는 “회사가 구조적 고성장 시기에 들어서고 있고, 올해 공급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겠지만 수요는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이다”라며 “반도체 가격이 조정을 받더라도 파운드리 선도 기업으로서의 위상과 다년간 이어질 구조적 수요 증가 예상을 고려하면 TSMC가 받을 영향은 크지 않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 올해 70조 투자 예상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제2공장이 들어설 테일러시에 공장 부지 병합을 요청했고, 시 의회가 이를 받아들이는 내용의 조례를 승인했습니다. 미 행정 당국이 외국 기업 편의를 위해 토지 구역 변경 등 행정 절차를 마련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은 올해 상반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 가동할 전망입니다. 설비 투자 금액은 총 170억달러(약 20조5000억원)입니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액 중 최대 규모로, 785개의 간접일자리와 1800개의 직접고용 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테일러 공장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5G),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 5㎚ 이하 첨단 반도체가 생산됩니다. 삼성전자는 퀄컴, 엔비디아, 테슬라, 구글 등에 이곳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공급할 전망입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올해 70조원 이상을 반도체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삼성전자는 43조6000억원을 EUV 기반 15㎚ D램, V6 낸드 등을 위한 평택과 중국 시안 증설 및 공정 전환, 평택 P3 라인 인프라 등에 투자했습니다. 파운드리의 경우 평택 EUV 5㎚ 첨단공정 증설에 투자가 진행되었습니다.
삼성전자, TSMC, 인텔 치열한 경쟁
업계는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투자에 이어 인텔의 가세로 전체 시장 판도가 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53.1%로 1위, 삼성이 17.1%로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10㎚ 이하 미세공정은 TSMC와 삼성전자만이 관련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인텔은 100조원 이상 투자로 10㎚ 시장에 단숨에 뛰어든다는 목표로 세계 유일 EUV 장비 제조사인 ASML과의 장비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삼성전자, 인텔, TSMC의 주가는 일반적으로 비슷한 흐름을 이어왔지만 2020년 이후 상승률을 보면 격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