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공개 매수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주)영풍과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기습 공개매수를 발표하며 경영권 인수에 나섰습니다. MBK파트너스는 영풍그룹의 보유지분 상당수를 매입해 고려아연 최대주주에 오르는 동시에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 14.6%를 사들이기로 했습니다. 공개매수는 이달 13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진행되며, 발행 주식 중 최소 7.0%에서 최대 14.6%를 매수할 예정이고 단가는 주당 66만원입니다. 총 투입 자금은 최소 9537억원에서 최대 1조9964억원으로, 국내 공개매수 역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장씨 가문의 지분율은 기존 33.13%에서 최대 47.73%까지 늘어날 수 있고, 의결권이 없는 지분을 제외하면 MBK파트너스와 영풍 장씨 가문의 지분율은 최대 52%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영풍그룹과 MBK파트너스는 추후 고려아연을 사 갈 수 있는 콜옵션 계약까지 맺어서 사실상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단일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조건인 셈입니다.
같은 기간 동안 MBK파트너스는 영풍정밀의 주식도 주당 2만원에 최대 43.43% 공개 매수에 들어갑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측 최씨 가문이 소유한 회사로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를 통해 영풍정밀의 지분 과반을 확보해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85%의 의결권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고려아연과 영풍
장병희 창업주(영풍, 장씨일가)와 최기호 창업주(고려아연, 최씨일가)는 1949년 영풍기업사를 함께 창업하며 공동경영을 시작했습니다. 1974년에는 고려아연을 창립한 뒤 최씨 가문은 고려아연의 경영을 맡고, 장씨 가문은 (주)영풍과 전자 계열사의 경영을 맡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공동경영 체제는 3세 경영 체제가 시작되면서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2019년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대표이사로 오른 뒤 기존 금속제련 중심 사업 분야에서 2차전지 소재, 그린 수소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영풍의 장씨 가문과 사이가 벌어졌습니다. 지난 3월에는 양사의 제품 판매를 맡으며 두 기업의 우호를 상징하던 회사인 서린상사의 이사회 구성을 두고 갈등은 격화됐으며, 4월 마지막으로 남은 공동 사업 영역인 황산 취급 계약을 종료로 고려아연과 영풍의 공동 사업 계약은 모두 종료됐습니다.
행동주의 펀드 MBK 파트너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한국타이어 ‘형제의 난’ 경영권 분쟁에도 개입했다가 실패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MBK파트너스는 한국타이어의 모회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조현식 고문(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장남)과 함께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를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에게 패배했습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이 회사 지분을 취득하고,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사촌형 조현준 효성 회장이 백기사로 지분을 사들였기 때문입니다.
MBK파트너스는 국내 사모펀드계의 ‘대기업과 상부상조의 원칙’을 처음으로 깨고 대기업의 경영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행동주의 펀드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MBK파트너스는 외국 자본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한국타이어의 ‘형제의 난’에서는 사촌이 위험에 빠졌을 때 발 벗고 나서는 한국 정서에 패했으나, 이번에는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련주>
고려아연(010130)
▶️비철금속제련회사로, 금·은·아연·연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습니다. 영풍의 장씨 가문과 75년간 공동경영해온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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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정밀(036560)
▶️영풍계열의 산업용펌프 및 밸브 생산업체입니다. 영풍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고려아연의 대표적인 계열사로 최대주주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어머니 유중근 이사장입니다. 영풍정밀은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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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000670)
▶️아연 등 금속등을 제조 판매하는 종합 비철금속제련사로, 계열사로 비철금속제련사인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입니다. (참고로 영풍제지는 상관 없는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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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써키트(007810)
▶️영풍그룹 계열사로 전자제품 핵심 부품인 PCB(인쇄회로기판) 전문 생산업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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